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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160㎞ 임창용 직구, 무더위에 더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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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05-19 13:48

공기밀도 낮아져 저항 줄어 구속 더 빨리지게 돼

공이 뜨는 힘은 줄어들어 변화구 커브위력은 감소

일본 프로야구에서 임창용 선수가 지난 15·16일 연속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임 선수는 "날씨가 더워지면 구속이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대체 야구와 날씨는 무슨 상관이 있을까.

 

◆온도 높아지면 직구 빨라지고 커브 약해져

 

임 선수의 말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서울대 공대 최해천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 공기 밀도가 낮아져 공기 저항이 준다"고 말했다. 따라서 같은 속도로 공을 던져도 공기 저항을 덜 받게 되니 구속이 더 빨라지는 것이다.

 

반면 공기 밀도가 낮아지면 공이 뜨는 힘이 줄어들어 휘는 힘은 약해진다. 즉 커브의 위력은 감소한다.

 

공이 날아갈 때 주변으로 공기가 흐른다. 이때 공이 회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공기는 속도가 빨라져 공기 압력이 약해진다. 반면 반대쪽은 속도가 느려지고 공기압력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공은 압력이 약한 쪽으로 휜다. 이른바 '마그누스 효과'다. 공기 밀도가 약해지면 마그누스 효과가 줄어든다. 임 선수로선 한여름엔 가능한 한 직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같은 맥락에서 타자에게도 기회는 있다. 강속구라도 일단 맞히기만 하면 공기 저항을 덜 받아 장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 쿠어스 필드는 해발 1560m의 고지대에 있어 공기가 희박하다. 지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총 7시즌 동안 이곳에서 투수들은 평균 6.5라는 형편없는 방어율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다른 구장의 투수 평균 방어율은 4.37이었다.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야구공의 회전에 따른 공기 흐름을 보여주는 연기 실험 그래픽의 공기처럼 연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공은 시계반대방향으로 회전한다. 아래쪽 연기의 진행방향이 공의 회전방향과 같아져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매끈한 모습을 보인다. 속 도가 높아지면 압력은 낮아진다. 반면 위쪽 연기는 진행방향이 공의 회전방향과 반대다. 이때는 공이 회전하면서 밀고 올라온 연기와 부딪혀 공 뒤쪽에 소용돌이가 나타난다. 공은 압력이 낮은 아래쪽으로 휘게 된다./자료 UC버클리 

 

 

◆사라진 투수들의 무덤

 

그런데 2002년부터 쿠어스 필드가 변했다. 로키스 구단이 야구공을 가습기에 집어넣어 습도를 높이자 투수 방어율이 5점대로 낮아졌다. 다른 구장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셈이다.

 

습도가 야구공에 미치는 영향은 로키스의 광팬인 콜로라도대 물리학과 앨런 본(Bohn) 교수팀이 밝혀냈다. 일반 야구공은 상대습도가 30%였다. 연구진은 야구공을 가습기에 넣어 로키스 구단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습도를 50%로 높였다.

 

본 교수는 지난해 11월 '미국 물리학 저널'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타자가 쳤을 때 습기를 머금은 공이 마른 공보다 덜 뻗어가는 이유를 밝혔다. 연구진은 두 가지 요인을 분석했다. 하나는 야구공의 속도와 공기 저항·양력(揚力) 등과 관련된 공기역학이며, 다른 것은 배트와 공이 부딪히는 순간의 야구공의 탄성력이었다.

 

우선 공기역학으로만 보면 습기를 머금은 공이 마른 공보다 약 60㎝ 더 뻗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습기가 오히려 홈런을 도와주는 셈이다. 하지만 습기와 탄성과의 관계까지 감안하면 결과가 달라진다. 습기를 머금은 공은 마른 공보다 물체에 부딪혔을 때 튀어 오르는 비율, 즉 탄성계수가 낮아진다. 탄성계수로만 따졌더니 타자가 친 공이 습기를 머금었을 때 마른 공보다 약 180㎝ 덜 날아가는 것으로 나왔다. 결국 두 가지 요인을 합하면 가습기에 넣어뒀던 공은 마른 공보다 120㎝ 덜 날아간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2000년 미국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범죄 연구소 데니스 힐라드(Hilliard) 소장의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힐라드 소장은 1963년부터 2000년까지 사용된 야구공을 분석한 결과 갈수록 화학섬유의 비율이 높아졌음을 밝혀냈다. 그는 "화학섬유는 습기를 잘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공의 탄성이 그만큼 좋아 홈런이 갈수록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 일본 야쿠르트 스왈로즈의 임창용 선수 투구 모습. 지난주 시속 160㎞의 강속구를 잇달아 던져 일본을 놀라게 했다. 

 

 

 

 

◆습기는 투수의 손맛도 높여

 

투수의 '손맛'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과거 로키스팀의 투수들은 "쿠어스 필드에선 야구공이 당구공처럼 미끄러웠다"고들 말했다. 그래서 공에 충분한 회전력을 걸 수가 없어 변화구를 던지기 어려웠다는 것. 본 교수는 "야구공의 가죽이 습기를 머금게 되면 투수가 공을 확실히 잡을 수 있어 제구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더위는 마무리 투수인 임창용 선수가 빨리 몸을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의 여름은 습하기로 유명하다. 최해천 교수는 "공기의 분자량은 29이고 물은 18이어서 같은 온도에서 상대습도가 높으면 공기 밀도가 감소한다"고 말했다. 습기 많은 날이 저기압인 이유다. 이는 공기 저항을 떨어뜨려 강속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습한 날엔 손맛도 좋아져 커브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8/2009051801759.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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